
🚨09. 왜 BTS일까—BTS가 그리는 사랑과 공존의 세계
🚨BTS가 그려온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고, 그 세상 안에서 ARMY팬과 아티스트는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가.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등대를 보고 방향을 잡는다. 등대는 스스로 파도를 헤쳐주지 않는다. 대신 어둠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한 자리를 지키며, 그 빛만으로 배가 스스로 길을 찾게 만든다. 왜 하필 BTS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화려한 수상 기록보다 먼저 이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BTS, 이들이 그려온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고, 그 세상 안에서 ARMY팬과 아티스트는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가.

거의 확실했던 그래미 후보 자격을 스스로 내려놓았을 때, BTS는 소란을 피운 게 아니었다. 처음 아미를 이들에게 이끌었던 바로 그 조용한 철학—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원칙을 지키고, 세상이 따라오게 하라—을 그대로 살아낸 것뿐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즉흥 팬챈트를 이끈 승무원부터, 도시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든 라스베가스까지. 인종과 언어와 세대를 넘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관계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인정”이라고 말하는지, 그 이유를 담았다.

인종과 언어의 벽을 넘어서 — 세계인으로 뭉친 아미의 위력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BTS World Tour ARIRANG LAS VEGAS 2026를 앞두고 있었던 일이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탑승객 대부분이 아미이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비행기의 승무원도 아미였다. 그는 즉흥적으로 팬챈트를 이끌었고, 낯선 승객들이 하늘 위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화답했다. 국적도, 나이도, 좌석 번호도 다른 사람들이 단 몇 초 만에 같은 리듬으로 묶인 것이다.
비행기가 착륙한 뒤, 도시는 그 이상이었다. “보라해가스” 벨라지오의 분수도, 에펠타워 모형도, 하이롤러 관람차도—라스베가스의 대표 랜드마크 전체가 그날 밤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평소의 화려한 원색 조명 대신, 도시 하나가 통째로 ‘보라해’의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것은 콘서트장 안의 응원봉 물결이 아니었다. 도시 자체가, 그리고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이들의 귀환에 화답한 장면이었다.
BTS World Tour ARIRANG LAS VEGAS 2026 콘서트장 안으로 들어서면 그 스펙트럼은 더 넓어진다. 젊은 팬들 사이로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 팬들이 함께 서 있었다. 인종도, 모국어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같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눈물을 훔쳤다. 낯선 이들이 자기 돈을 들여 만든 작은 선물을 아무 대가 없이 나눠주었고, 선물을 받는 사람보다 건네는 사람이 더 환하게 웃었다. 인종과 언어와 세대의 벽이 실제로 무너지는 장면을 보고 싶다면, 이보다 더 선명한 증거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BTS의 오랜 팬이자 자연스럽게 ARMY군대에 들어 가게 된 내가 그 콘서트장에서 직접 목격한 일이며 나 스스로도 아미의 일원임에 자부심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방탄과 아미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2015년 즈음, 아직 세계가 이들을 알아보기 전부터 그 음악을 들어온 사람들이 있다. 좋아한다고 다짐한 적은 없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 있었을 뿐이다. 앨범이 나올 때마다 한 장도 빼놓지 않고 모으고, 수영을 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여행을 갈 때도 그 음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에게 BTS는 일회성 유행이 아니라 삶의 배경음악이었다.
그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았다. 데뷔 초부터 이들은 SNS로 일상을 나누며 팬과 수평적인 유대를 쌓았고, “아미가 없으면 우리도 없다”는 말을 실제 행동으로 증명해왔다. 그리고 이제 이들은 삼십 대에 접어들었다. 데뷔 당시의 앳된 청년들이 아니라, 성인으로서의 삶을 함께 살아온 어른들이다. 아미 역시 그 시간을 나란히 지나왔다. 팬과 아티스트가 각자의 자리에서 나이 들어가며, 한 시절이 아니라 인생의 여러 국면을 함께 통과하고 있다는 것—이것이 이 관계를 다른 팬덤과 구분 짓는 지점이다.
이 지점에서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이들은 그저 운이 좋아서 유명해진 것이 아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무대 위 화려함 뒤에는 작곡·작사·편곡을 스스로 공부하며 자신의 음악을 직접 만들어 온 시간이 있고, 더 완성도 높은 안무를 위해 반복하고 또 반복한 연습이 있다. 일곱 명이라는 인원이 이렇게 오랜 시간 하나의 팀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서로에 대한 인내와 배려가 얼마나 축적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 지속된 노력의 궤적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의 연도별 기록에도 새겨져 있다. 2018년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으로 미국 무대에 이름을 알린 이래, 2019년과 2020년에는 팝/록 듀오·그룹 부문과 투어 오브 더 이어 등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넓혔다. 2021년에는 ‘버터’로 아시아 가수 최초 대상인 ‘올해의 아티스트’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병역이라는 긴 공백을 지나 돌아온 2026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배드 버니, 테일러 스위프트, 레이디 가가 같은 쟁쟁한 이름들을 제치고 통산 두 번째 ‘올해의 아티스트’를 수상했고, 정규 5집 ‘아리랑’의 타이틀곡 ‘스윔’으로 ‘송 오브 더 서머’와 ‘베스트 남성 K팝 아티스트’까지 더해 3관왕을 완성했다. 공백을 딛고 돌아와 다시 정상에 섰다는 사실은, 이들의 자리가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축적된 실력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BTS가 그리는 사랑과 공존의 세계
시간이 흐르며 이들이 전한 메시지는 점점 더 선명해졌다. 세상을 사랑하기 전에, 연대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이 순서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자신을 미워한 채로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면, 그 손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먼저 노래했고, 그다음에야 세상과 연대하는 법을 이야기했다. 그 순서 안에서 힘든 시기를 건넌 사람이 전 세계에 얼마나 많았을지는, 이들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리고 최근, 이들은 다시 한번 그 세계관을 실천으로 증명했다. 제69회 그래미 어워즈, 정규 5집 ‘아리랑’이 빌보드 메인 싱글·앨범 차트 1위를 석권하며 그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았던 시점에, 이들은 스스로 출품을 거두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음악은 지역과 언어로 나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 그래미 측이 신설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향해 이들은 화를 내지 않았다. 일곱 명 전원이 각자의 SNS에 같은 문장을 동시에 올렸을 뿐이다. 조용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그 파장은 결코 작지 않았다. 발표 다음 날,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CEO는 공식 성명을 통해 새 부문이 아시아 음악의 다양성과 성장을 조명하기 위한 것일 뿐 차별의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 부문에 출품해도 본상 후보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그 해명은 정작 BTS가 던진 질문—왜 애초에 지역과 언어를 조건으로 한 별도 부문이 필요했는가—에는 답하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시상식의 수장이 하루 만에 직접 입을 열게 만든 것, 그것만으로도 이 조용한 선언의 무게는 충분히 증명된다.
이 결정을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있을까. 상을 포기하면서까지 원칙을 지키는 것, 그것 역시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던 메시지를 스스로 실천한 결과였다.

다시 등대, 가장 빛나며 더 멀리 더 높이 비추는 등대인 BTS로
등대는 배를 대신해 파도를 넘어주지 않는다. 다만 방향을 잃지 않도록 자리를 지킬 뿐이다. 인종과 언어의 벽을 넘어 하나가 된 비행기 안의 합창, 도시 전체를 물들인 보랏빛, 세대를 넘나드는 나눔의 공연장,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던 메시지, 그리고 실리 앞에서도 원칙을 택한 결정—이 모든 장면이 결국 같은 하나의 빛에서 나온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이들은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어쩌면 당연한 응답이었을 것이다. 도시 하나를 통째로 물들일 만큼의 사랑을 받은 이들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등대는 한 번 빛나고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 약속처럼, 이 현대의 등대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